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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  2006-06-13 21:14:26, VIEW : 2,380
일반인들이 동양화를 접하면서 가장 많이 본 그림이 산수화 일 것입니다. 중국 변방에서부터 한국, 일본 홋카이도 저 끝자락까지 어디를 가보아도 볼 수 있는 그림인 산수화는 동양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그림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옛그림에서도 강서대묘의 산악(山岳)표현부터 조선후기 실경산수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산수화가 그려졌습니다. 저도 몇 년전까지는 어릴적부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늘 보아온 산수화의 영향 때문인지 동양화와 산수화를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담아 기억하고자 하는 바람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으나 동양화에서 산수화의 비중은 서양화의 풍경화에 비할 바 아닙니다. 동양에서 산수, 자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의 이상향과 정신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을 사생하여 그대로 화폭에 옮긴 풍경화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산수화의 변화만 가지고도 세계관의 발전과정과 인생관, 민족적인 자의식의 성숙함도 설명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옛그림에서 아주 중요한 산수화를 조금씩 알아갈 때 저를 당혹하게 만든 용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준법(皴法) 입니다.  도록이나 그림을 설명하는 글에서 언제나 나타나는 낯선 준법의 이름이 그림을 낯설게 만드는 것입니다.

준법은 쉽게 말하면 산과 바위를 표현하는 기법인데 어원을 찾아보면 그 글자의 뜻은 ‘살터져 주름질 준’ ‘주름 잡힐 준’ 이며 중국 음으로는 췬 이라고 발음하고 영어로는 texture stroke라고 합니다.


서양화의 경우는 사물의 입체감과 양감을 나타내기 위해 명암을 사용하지만 동양화의 경우에는 몇 개의 필선(筆線)을 사용하여 양감을 암시할 수는 있지만 사물형태의 조각적 양감을 철두철미하게 옮기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아까 말한 것처럼 동양화에서 산수는 단순히 풍경을 표현하고자 그린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똑같이 그리는 방법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산수화(山水畵)를 그리려는 화가는 산(山)이나 암석(岩石)의 무겁고, 가볍고, 부드럽고, 날카롭고, 따뜻하고, 차가운 성정을 잘 관찰하고 연구한 후에 붓을 가지고 화선지에 묵(墨)을 사용하여 표현(表現)해야 하는데 그때 표현하는 기법을 준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준(皴)을 의복에 비유한다면 '옷주름' 으로 볼 수 있고 산세에 비교한다면 요철부(凹凸部)에 의해 생기어지는 굴곡을 주름같이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나라의 산수화에서도 산의 주름과 질감을 표현하려고 했으나 이것은 체계적인 준법이 나타나기 이전의 초기 양식입니다. 오늘날 준(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오대(五代)말에 시작되었으며 본격적인 발전은 원나라 때 필선의 서예성이 강조되고, 필선 그 자체에 표현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됨에 따라 화가들이 새로운 준법의 개발에 몰두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준법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남긴 사람은 북송(北宋)때의 화가 곽희(郭熙)입니다. 그는 그의 그림 『조춘도』에서 운두준법(雲頭준法)을 썼으며, 그의 저서(著書)인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날카로운 붓을 옆으로 뉘어서 끌면서 거두는 것을 준찰(皴擦)이라고 한다"고 말함으로써 "준(皴)"이라는 낱말을 최초로 문자화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화가들이 준법의 정의를 밝혔는데 곽약허(郭若虛)는 그의 저서 『도화견문지(圖畵見聞誌)』에서 들쭉날쭉하다는 뜻으로 "준담즉생와철지형” 이라고 했으며, 조선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청(靑)초 미술사가 왕개(王槪)는 그의 책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과 『학화천설(學畵淺說)』에서 18가지의 준(皴)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보여주었고. 같은 시기 화가이자 회화이론가인 석도(石濤)도 그의 저서 『화어록(畵語錄)』에서 13가지 준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준(皴)은 크게 점준, 선준, 면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점준에 대표적인것은 우점(雨點)준, 미점(米點)준이 있고 선준으로는 피마(披麻)준, 하엽(荷葉)준, 우모(牛毛)준, 절대(折帶)준이 있으며 면준으로는 부벽(斧劈)준, 마아(馬牙)준, 운두(雲頭)준이 있는데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점(雨點)준
우점(雨點)준은 말 그대로 그 모양이 빗방울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점준을 그릴때는 하부(下部)에서 먼저 점을 찍고 차차 위쪽으로 찍어간다. 또 아래일수록 진하고 크며 위로 갈수록 작고 연하게 그린다. 점을 찍을 때는 모필을 바르게 정리한 후 붓끝으로 종이를 찌르는 것 같이 찍는다.  산과 바위의 양감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점을 찍어가며 표현한다. 우점(雨點)준은 기후가 건조한 화북(華北)지방의 황토암석(黃土岩石)을 표현하는 기법이며 중국 산수화에서 양강(良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표준 준법이기도 하다.



▶미점(米點)준
숲이 우거진 산수 또는 우경(雨景)을 그릴 때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송대(宋代)의 미불(米불)부자가 사용한 화법으로 선(線)보다는 점(點)의 사용으로 먹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발묵법(發墨法)이다. 우점준법(雨點준法)과도 비슷하나 점을 내려 찍지 않고 옆으로 약간 굵게 찍으면 미점준법이 된다. 이 준법은 산이나 나무, 그리고 비온 뒤의 습한 자연이라든가 자연의 독특한 분위기 묘사에 자주 사용되었다. 산의 지형의 윤곽을 그리지 않고 횡(橫)으로 일자점을 중첩(重疊)하여 입체감(立體感)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풀이 우거진 산수를 그릴 때 이 기법이 많이 사용된다.  



▶피마(披麻)준

시작과 끝의 변화가 적은 평행한 선으로 그린 준인데, 이것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양자강 이남의 흙이 많은 산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남화의 문인화가들이 많이 썼다.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선을 길게 긋는데 다시 말하면 위 아래로 또는 좌우로 일정한 리듬과 굵기로 긴 선을 마치 베를 짜듯 그리기 때문에 '헤칠 피(披)'자를 붙여 이름지은 준이다.   산의 바위나 돌에 흙이 섞여 있을 때 그 산맥의 무늬를 표현할 때 많이 사용되며, 선의 시작과 끝이 변화 없이 일정하여 부드럽고 가라앉은 느낌을 준다.  



    
▶절대(折帶)준
측필로 횡선(橫線)을 긋고 선의 끝을 직각으로 짧게 그어 'ㄱ'자와 비슷한 모양으로 하고, 다음에는 그와 반대로 하여 길다란 'ㄴ'자 모양의 형태를 반복시키면서 'ㅁ'자 모양으로 그려가는 것이다. 절대(折帶)준법은 원(元)때의 화가 예찬(倪瓚)이 창시한 준법이다.   이 준법은 띠가 꺽인 것 같은 형태로 네모진 돌이 쌓인 것을 그릴 때 사용한다. 피마(披麻)준을 각도만 다르게 한 것과도 비슷하다.



▶하엽(荷葉)준

하엽(荷葉)준은 준의 줄기와 줄기가 연결된 선들이 연잎 줄기와 같아서 '연꽃 하(荷)'자를 써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준법은 흙이 많은 돌의 산맥과 산봉우리를 그리는데 주로 사용되었고, 특히 물이 흘러내려 고랑이 생긴 산비탈과 같은 효과를 내며 남종화가들이 잘 사용하였다.  


▶우모(牛毛)준
소의 털 모양인 호선(弧線)으로 된 준이다. 둥근 바위를 그리는데 가장 적합하다. 짧고 끈끈한 털 같은 가는 선이 수백 수천 겹으로 그려 산림의 무성함과 푸르름을 나타낸다. 소의 등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모양으로 바위의 윤곽선(輪郭線)과 같은 호선(弧線)을 가볍게 반복(反復)해 가면서 그리기 때문에 둥근 느낌을 주는 바위를 그릴 때에 가장 적합하다.  단필준산법(短筆준散法)이라고도 하는 이 준법은 명대(明代)의 왕몽(王蒙)이 만들어 사용한 준법이다.



▶부벽(斧劈)준
이 준은 도끼로 나무를 찍어낸 자국의 모양같은 것을 말한다. 터치가 큰 것은 대부벽, 작은 것은 소부벽, 긴 것은 장부벽 등으로 나눠진다. 남성적이고 힘찬 느낌을 준다. 남송(南宋)시대에 부벽(斧劈)준은 천하를 주름 잡았다고 할만큼 널리 사용되었고 북화에 많이 쓰였다.



                  

▶마아(馬牙)준
마아(馬牙)준은 말의 이빨의 모양같이 산의 모습을 뾰족뾰족하게 그리는 준법이다. 대체로 세로가 긴 원기둥 모양의 산이나 바위를 그릴 때 일자점과 같은 점을 평행하게 그려나간다.



▶운두(雲頭)준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모양의 준을 말한다. 기암괴석이 있는 산을 그릴 때 흔히 사용한다. 산세를 영웅적으로 그리고 사철의 변화를 민감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산봉우리를 구름으로 휘감아 그린다. 북송(北宋)초 화가 곽희(郭熙)가 창시한 준법이다. 그의 대표작품인 조춘도(早春圖)에 바람이 일고 구름이 솟는 듯한 민감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운두(雲頭)준법은 고려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조선초기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挑源圖)」에는 곽희 화풍의 영향이 잘 드러나 있다                  





▶수직준

겸재 정선이 개발한 한국형 준법으로써 금강산 총석정이 대표적인 그림이다. 길게 솟은 바위산을 그리면서 개발하였는데 금강산의 뾰족한 봉우리를 표현하는 서릿발준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며 통상 겸재준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쉽게 생각하면 그냥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준법이지만 나를 당혹스럽게 만든 부분은 준(皴)이란 것이 선이나 라인이 결코 아니란 점입니다. 흔히 동양화의 특성은 선의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준(皴)은 단순히 ‘그어진 선’이 아닙니다.

만약 선이였다면 굳이 피부가 얼어 튼자국이나 주름을 의미하는 준이라 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선은 단순한 길이라면 준은 그 길이 보여주는 느낌까지 포함된 개념입니다.

즉 선은 피가 통하지 않지만 준(皴)은 바늘로 찌르면 아프고 칼로 베면 피가 나는 생명의 기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세포입니다. 이러한 동,서양의 차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자연관의 차이 때문에 일 것입니다.

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의 스승이자 우리나라 아름다움을 찾아내 온 세상에 널리 퍼트린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운 선생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태어난 핏줄과 자라난 자리에서 찾을수 있고, 뻐기지도, 아첨하지도 않는다” 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우리의 모든 미적 감각은 우리나라의 자연을 보고 자라면서 길러진 것입니다. 아스러지게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빛깔은 공기가 건조한 한국의 하늘빛이 유난히 푸르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황량한 먼지바람이 불어대는 중국이나 비가 많이 오고 습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대는 일본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색입니다.

고려청자의 비색은 우리 하늘 중에서도 지평선에 가까운 하늘빛이고 조선 청화는 중천의 하늘빛입니다.

이런 미감의 차이가 같은 동양산수화면서도 중국, 일본 산수화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같은 이름의 준법이라도 우리 옛날 산수화가들은 중국의 산하를 표현하는 준법을 똑같이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기법은 빌려왔어도 우리 산수에 맞는 표현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실이 진경산수화를 꽃피우게 했고 겸재준을 창조하는 데까지 나아갔을 것입니다. 겸재준은 김홍도로, 허련과 허백련으로, 근,현대에 소정 변관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주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소정, 길에서 무릉도원을 보다] 특별전을 보면서 면면히 이어지는 우리의 미감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태어난 핏줄과 자라난 자리로 이어지는 미감이 산수뿐만 아니라 준(皴)의 말 뜻 그대로 어머니의 낡은 치마자락의 주름과 아버지 얼굴의 깊이 패인 주름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이며 우리의 정체성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우리 미적 정체성 그 한가운데 준(皴)이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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